내부의 적을 다스리라
달팽이는 원래 건조한 곳에 오래 있지 못한답니다. 하지만 바다 달팽이의 어떤 종은 날마다 바위 위로 기어오르다가 갈매기의 밥이 된다고 하지요. 이유는 그 안에 있는 기생충 때문인데, 이 기생충의 목표가 갈매기의 몸 속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미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어떤 개미는 늘 풀잎의 끝에 올라가 있다가 초식동물의 밥이 되는데 그 이유가 개미 안에 있는 기생충의 목표가 초식동물의 몸 속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랍니다.
어떻게 달팽이나 개미가 기생충의 조종을 받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자기 몸의 일부가 되어 있기에, 안으로부터 나오는 의지를 자신의 진정한 자아 의지와 구별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렇게 조그만 내부의 다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조종을 당해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해 버리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기까지 합니다.
사람은 어떠할까요? 사람도 더 나을 것이 없음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도 내부의 적이 우리를 조종할 때 우리는 종종 자신의 의지대로 그러한 것들을 이겨가지 못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별히 감정의 문제는 그야말로 우리를 말씀에서 어긋나게 하며, 죄악에 물들게도 하고, 실수로 우리의 인생을 점철하게도 하고, 급기야 자신과 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처럼 행세하므로, 나의 자아의지와 분리해서 별도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그야먈로 기생충에 감염된 바다달팽이나 개미처럼 되고 말겠지요.
믿음은 바로 이러한 것들을 이기게 함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내부에는 바로 믿음의 적이 있음을 기억하고 그것을 다스려 보시기 바랍니다.
내부의 적을 다스리지 못하면, 외부의 환경에서 결코 믿음의 길로 승리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