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헌금과 사람의 욕심
교회를 시작하여 지난 10여년이 지나오도록 우리교회는 긍휼헌금 외에는 다른 목적헌금을 두지 않았습니다. 교회를 시작할 때부터도 창립멤버들에게조차 창립기금을 배당하지 아니하였으며 창립예배 때에도 별도로 창립헌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또한 헌금에 관한 본문을 잡아서 설교하는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번에 10여년이 지났기에 제대로 된 헌금의 본질과 건강한 방향에 관하여 처음으로 본문을 잡아서는 한 번 설교하였습니다.
목적헌금 자체가 불법이거나 비성서적인 것은 아닙니다.
성전건축헌금은 본디 성경에서 비롯된 것이고, 오히려 학개나 스가랴 선지자 등은 포로귀환 후에 성전건축 헌금을 태만히 하였다고 책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목적헌금을 사람의 야심을 위하여 사용하게 되는 일은 분명히 불법이며 비성서적입니다.
그리고 목적헌금을 그렇게 불법적으로, 비성경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일은 너무나도 손쉽게 이루어지는 일이기에 이런 방향성을 천명하지 않으면 어느새 그런 유혹에 빠져들기 쉬울 것입니다.
교회당을 건축해도 그 이유가 다른 교회보다 더 커야 하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 교회가 강남의 다른 교회보다 더 크게 짓지 못하는지가 새로운 교회당 건축의 동기로 부여되곤 합니다. 하나님을 위한 예배당을 짓는다 하면서 사람의 욕심이 들어가는 이런 자기기만과 속임은 눈에 뻔히 보이는 것인데도 그곳에 속한 교인들 모두가 함께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헌신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헌금은 어떤 경우든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드려지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을 사용할 때도 사람이 자기 욕심에 따라서 사용해서는 아니되는 것이 틀림없는데, 왜 그렇게 잘못된 선택을 그리 쉽게도 하게 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여전히 교회나 교회의 지도자들이 물질주의적인 세상의 가치관에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헌금이 많아져서 재정이 넉넉하게 되면 교회를 운영하는데 여러모로 발전적인 모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회당을 지으려 하거나 우리가 그렇게 목말라 하며 얻기를 원했던 부속 공간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일상적인 경상비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목적헌금이 있어야만 실제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교회의 재정을 쌓을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는 일이 교회를 키우기 위해서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목회자의 양심으로 보아 이런 일들을 포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크게 걸렸던 것은, 제 나름대로의 고백, 바로 ‘사람을 위한 교회’라는 방향 때문이었습니다.
교회가 진정으로 한 사람의 영혼을 위하여 존재해야 하는데, 곧 교회가 사람의 발전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교회의 발전을 위해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거기서 헌금을 강조하여 교회 발전의 가장 현실적인 기초가 되는 재정을 확보하려는 동기나 목적, 아니 그런 생각만으로도 교회의 본질이 잘못되었다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교회를 위하여 사람을 불러들이는 잘못된 방향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그래서 결국 그런 방향의 목회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교회를 시작하였는데, 그러자니 불가피하게 자동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던 것들이 눈에 뻔히 보이게 되었습니다.
인위적인 외적 성장이나, 교회당을 짓는 일 등을 포기하는 일은 매우 큰 줄기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리 함으로써, 그것보다 더 큰 것을 얻게 되었는데, 그것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욕심이나 거짓으로 채워지지 아니하고 진실하고 아름다운 자발적인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번에 우리교회에서 처음으로 장로님들이 임직할 때에, 여타의 발전기금 형식의 헌금들을 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막고, 모든 비용은 교회 재정의 경상비에서 지출토록 하였습니다.
그런 발전기금 형식의 목적헌금은 일반의 교회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인위적으로 또는 알아서 이루어지는 문화였기에 ‘교회의 발전’을 위해서 굳이 막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리 하니, 제 마음에는 더욱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립식을 장로님들에게 선물하였다 싶어 흡족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 제 영혼이 평안하였습니다.
장로임직식만 그러하겠습니까?
교회의 지도자들, 곧 목회자나 사역위원, 또는 당회원 등의 운영하는 지도그룹이 여러가지 욕심을 내게 되면, 결국 교우들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진실하고 사랑스럽게 맺는 일들을 사실상은 교회가 훼방하는 셈이 됩니다. 그러면, 비참하게도 교회의 발전을 위하여 사람들을 불러들여놓고는 오히려 사람의 발전은 막고 있는 셈입니다 .
교우들에게만이 아니라 결국 지도자 자신의 영혼도 더러워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지요.
자기 욕심을 덜 부리게 되면, 그만큼 하나님과의 관계는 더 풍요로워지고 깨끗해지는 것임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