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의 현혹
한 여름밤, 가로등의 전등불빛 아래 모여드는 나방을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전등 불빛에 타죽으면서도 불빛으로 달려드는 ‘불나방’들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나방이 원래 전등불빛을 찾는 것이 아니라지요.
나방이 원래 찾는 것은 달빛이랍니다. 달빛을 찾아 날아들다가 더 가까이 있어, 그래서 더 강력한 불빛인 전등불빛에 현혹되어 길을 잃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은 원래 곤충들에게 있는 주광성(走光性) 때문인데, 이 주광성이라는 것이 광원을 나침반 대용으로 쓰기 위해 생겨난 곤충의 지혜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어두운 밤에 움직이기 위해서, 달빛을 나침반처럼 기준으로 하여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며 목표물을 찾아 비행하는 것입니다.
특정한 광원과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며 비행하는 방법은 광원을 중심으로 선회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인공 조명이 생기면서 곤충들은 등불을 기준으로 삼아 날아갈 방향을 탐색하게 되는데 곤충들은 점점 작아지는 동심원을 그리며 광원을 향해 맴돌아 들어가다 결국 전구에 부딪히거나 타 죽는 운명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달빛을 기준으로 날아갈 기준을 정하고 선회하게 되면 달과의 거리를 생각해볼 때 달빛을 향해 돌진하게 되는 일은 없지만, 작은 등불 아래에서는 달빛과 착각해 선회하다보면 그 밑에서 맴돌게 되다가 등불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 번 더 생각건대, 사람의 인생이 이와 다르지 않음을 쉬이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 사람에게도 일정한 자극을 향하여 움직이는 습성이 있습니다. 더 큰 자극을 원하고, 그렇게 더 큰 자극에 이끌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중의 인기 스타나 성공 위주의 삶, 결과 중심의 시각 등에서 쉽게 발견됩니다.
그리고 그런 삶의 패턴은 곧 그 삶 자체를 파멸로 이끄는 것들이지요. 마치 나방처럼....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더 큰 자극으로 몰고 가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그 삶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빛 되시는 주님을 바라보고 사는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빛되신 주님의 빛이, 그 빛의 원천이 훨씬 더 강한 빛임에 틀림없지만, 당장 주변에 가까이 있는 빛이 더 강하게 느껴져서 그렇게 끌려가는 것을 우리는 ‘현혹’이라 합니다.
나의 시선과 욕망을 자연스럽게 잡아당겨서 나로 하여금 길을 잃게 하고, 현혹되게 하는 주변의 불빛은 무엇입니까?
더 큰 자극에 이끌리는 삶은 우리 삶의 평온을 해치는 근본 원인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삶의 평온을 잃지 않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