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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본문으로 두 번 설교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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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주님의 은혜로 장로님들도 세워지고이러저러하여 때도 되고 하여서 지난 10여년의 목회 여정을 돌아보며 이것저것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 정리 과정 중에 몇 가지 내용은 저 자신을 위하여서나 교회를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만한 것으로서도 글로 정리를 해 보고자 하는데 그 중 한 가지는 그동안 제가 같은 본문으로 두 번 설교하지 않기로 정한 방향에 관한 것입니다.

 

마침 이번 주에 몇 주 전에 전한 본문을 다시 전하게 되어서 먼저 이 문제를 정리해 보게 됩니다.

 

같은 본문으로 두 번 설교하지 않기!

 

이것은 우리 교회를 시작하면서 제가 스스로에게 정해 두었던 원칙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원칙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같은 본문으로 두 번 설교하는 일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또한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야 하기에이것을 하나의 불변의 법칙처럼 적용할 필요도 없는 일이겠지요.

 

지난 10여년간 주일 강단에서 전한 말씀의 본문들을 인덱싱해 왔었는데모두 정리를 하면서 같은 본문으로 두 번 설교한 경우가 10여회가 되었으니, 1년에 한 번 정도는 그리한 셈입니다다만 이 원칙의 본질적인 정신에 입각해서 그런 경우도 완전히 다른 포커스와 메시지로 전한 것이었습니다.

 

해서지난 10여년이 넘도록 나름대로는 생각보다 잘 지켜오지 않았나 스스로 정리를 해 보긴 하는데그런 점보다 이런 원칙을 알게 모르게 받아들여준 교우들에게나아니면 우리 교회 홈페이지를 찾아봐주시는 다른 분들께 어떤 장단점이나 이해 사항이 있는지 정리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싶습니다.

 

 

첫째같은 본문으로 두 번 설교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먼저는 제 자신이 목회의 마지막 여정에도 여전히 연구하는 목회자로 남기 위해서입니다.

 

며칠 전에 저의 지도교수님과 함께 신약학자이신 박창환 학장님을 식사로 모신 적이 있었습니다. 90세가 훌쩍 넘으신 학장님께서 장신대에서 강의를 하신다기에 놀라서 어떤 과목을 가르치시는지 여쭈었는데헬라어 원전강독 같은 과목을 가르치신다 해서 더 놀랐었습니다.

 

헬라어 문법을 능숙하게 숙지하기도 버거워하는 젊은 신학생들이 적지 않은데, 90이 넘으신 노학자께서 헬라낱말을 잊지 않고 문장을 읽어나가며 강의하시는 교실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그것 자체로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설교자로서 목회자들이 나이 들어 한 교회에서 오래 섬기다 보면설교나 가르침의 내용이 반복이 되어서 연구하지 못하는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저도 나이들어갈 설교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모습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박창환 학장님 정도 까지는 아니되더라도이렇게 힘이 있을 때에 계속해서 새로운 본문으로 설교하는 습관을 들여놓으면적어도 현직에 있는 동안 교회에 그런 폐단은 끼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 자신이 먼저 나이 들어서도 연구하는 목회자상을 잘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둘째성경의 풍요로움을 다 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까워서입니다.

한 사람의 설교자가 아무리 오래 교회에서 시무하여도 평생 성경 본문을 다 다루지는 못할 것입니다.

본문을 다 다루는 것은 고사하고 중요한 본문이라도 다 손대지 못할 듯 싶은데본문을 중첩하며 게다가 내용까지 비슷한 것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제가 성서학을 공부해서 그런지좀 더 많은 본문을 설교하고 설교자의 삶을 마쳤으면 합니다.

 

셋째우리 교우들에게 말씀의 영양 섭취를 골고루 해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강단을 보면전반적으로 다루는 본문들이 비슷하다 싶습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으로는 교회의 강단이 교우들에게 편식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식을 하면 건강치 못하게 되듯이믿음도 그러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저 잘 아는 본문만 다루는 것이 교우들과 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균형감 있는 믿음과 영성을 위해서 성경의 양식을 더 골고루 먹이는 일이 중요하다 여겨집니다.

균형감 있는 믿음과 영성은 저의 목회 사역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넷째제 자신이 말씀을 연구하는 즐거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러하고학문적으로도 그러할 뿐더러그리고 영적인 진리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때에 느끼는 감동과 희열은 저로 하여금 이 일에 몰두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하나님께서 어찌 이런 풍성한 말씀들을 우리에게 남겨 주셨는지 늘 그 은혜에 고마운 마음이 가득차게 됩니다.

 

 

반면에이렇게 같은 본문으로 두 번 설교하지 않으려 하는 데에는 한계점들도 느껴집니다.

 

첫째무엇보다 절기 본문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있더군요.

그래도 가급적 중첩되지 않도록 하려고본문 인덱싱을 해서 검토하여 다른 본문으로 준비하고 있는데조금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절기 설교라도 역시 같은 본문을 두 번 선택하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는듯 합니다.

 

둘째한 본문으로 한 번만 설교한다 싶으니 한 번에 많은 정보를 담게 된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안 그래도 강해하면서 많은 정보를 담게 되는데그래서 처음 제 설교 말씀을 듣게 되는 분들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피드백을 종종 받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런 말씀들을 듣다 보면 교우들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그런 분들에게 조금 시간을 가져보십사 양해를 구하곤 합니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 교우들에게 특별히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셋째반복 교육이 필요한 내용들을 쉽게 처리하기가 어려워 좀 더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기초적인 하나님의 섭리나 신앙원리 같은 것 중에 반복적으로 숙지시켜야 할 내용들도 적지 않은데같은 본문으로 두 번 설교하고 싶지는 않으니같은 내용을 다른 관점에서 기록한 본문이나 또는 평행 본문을 통해서 관점을 달리 하거나아니면주일 오후 찬양예배 시간에 하는 성경공부를 통해서 보완을 하는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운영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여러 모로 조금 더 수고스럽고 복잡하지만 거기서 나름대로 다른 장점과 유익도 발견하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교우들의 넓은 이해와 주님의 은혜로 신학교가 아닌 목회 현장에서 10여년 이상을 이런 식으로 설교를 하는 습관을 들였으니이 작은 원칙 하나는 잘 지켜서 목회를 마감할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또한 혹여라도 우리 교회 밖에서 아직 사고와 힘이 있는 목회자들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목회 후반부를 생각해서, 또는 여러가지 살필만한 이유에서한 번 저와 같은 시도를 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 하여 감히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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