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교회”의 사역 시스템 - 고민과 돌아봄의 숙제
‘지식 경영’이라는 말이 사회의 조직 운영자들에 의해서 회자된 적이 있었습니다.
‘지식 경영’이라 함은 조직원들이 경쟁을 의식해서 지식을 독점하던 생태에서 벗어나, 지식을 내부 경쟁자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효능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평가 시스템의 변화였습니다.
예전에는 재무적 결과를 평가하여 인사 평가에 반영하였다면, 이제 지식 경영을 하려면 반드시 눈에 보이는 재무적 결과가 아니라 조직에 대한 기여도, 곧 지식을 공유함으로 끼쳤던 무형적 과정에 대한 평가를 중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식 경영이 확산되기가 쉽지 않고, 정착되는 일도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모두 함께 공감하여 세운 운영 원칙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결과보다는 과정과 본질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실천적으로 사람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을 실제로 교회의 사역 시스템에 정착시키려면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식경영에는 그것을 뒷받침할 평가 시스템도 함께 따라 주어야 하는 것처럼,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본질을 중시한다는 것에는 반드시 그런 시스템이 따라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늘 잊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 어떤 사역이든지 실제 평가나 점검에 결과를 세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말로 어떤 한 프로그램이나 사역을 마친 후에 언제든지 우리는 그 과정에 어떤 유익이 있었는지, 그 방향성이 복음적이며 성경적 방향성에 잘 맞았는지 등을 헤아려야 하고, 또 그것을 가치 우선순위에 놓아야 합니다.
결과를 세는 것은 눈에 쉽게 보이고, 빠르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평가할 줄 알아야 합니다.
둘째, 숫자의 허상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결과만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수치화된 성과입니다. 나중에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숫자는 목표치이고, 결과중심적인 성과나 성공의 척도에 사용되는 도구입니다.
지금 우리교회는 방모임 중심의 관계전도 사역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 부활주일 예배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그야말로 기쁨이 가득찬 예배였습니다. 11시 예배 때 드린 드라마 예배는 그야말로 예배 순서 전체를 드라마로 꾸민 예배로 깊은 감동을 전하는 은혜로운 예배였음에 흡족했습니다. 특히 교회당이 꽉 차서 의자를 비전센터에서 옮겨와야 하는 상황을 보며 저의 마음도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리스도의 심장을 가지고 초대하고 전하였지만, 아무도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는 많은 교우들의 수고와 사역과 열정을 세고 싶습니다. 제가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결과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동안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결실을 내놓지 못한 분들의 수고가 잊혀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제가 숫자의 목표를 즐거워하고 기뻐하면, 교회는 그렇게 지도자를 따라 성장을 즐기는 교회가 되겠지요. 반면 제가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안 보이는 과정을 더 중요시하면 아무래도 반대로 하는 것보다는 당장에는 차이가 날지도 모릅니다.
저는 제가 지도자이기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결과도 좋고 과정도 좋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 속에도 자칫하면 결과를 조금이라도 맛보려는 생각이 들도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는 늘 고민과 돌아봄의 숙제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전도 몇 명을 했느냐는 것보다는 전도하는 과정의 열정이 얼마나 되었느냐를 세신다고 늘 전했던 제가 말로는 그리 하면서 행동으로는 결과를 즐기는 지도자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