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교회
교회는 신본주의이지, 결코 인본주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회는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맞는 말입니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시지요. 하지만 이런 말 가운데서 우리는 전혀 다른 관점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사람은 분명히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창조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교회가 정말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서 마련된 주님의 장치였을까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면, 굳이 교회가 아니어도 되었을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역사적으로나 오늘날에도 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고 하면서 하는 일들 중에 사뭇 세인의 지탄을 받고 역사의 부정적 평가를 받을 일들을 자행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지 않았습니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거대한 교회당을 짓고, 선교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은 놓치고 마는 경우들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회당을 지어야 한다면, 그 목적이나 과정까지도 교회 조직을 위하여서가 아니라 교회 안의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지역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교를 해야 한다면, 역시 교세 확장이나 교회 성장을 위한 것이어서는 아니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이라 하면서, 실제로는 조직을 지키려 하고, 교회를 확장하려하는 모습들을 주위에서 보는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마치 자신들은 복음을 전하고 복음 안에 있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율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가르침을 전하고, 또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오늘날 정말 목회 현장이 교회가 아니라 교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의 목회자로서 돌이켜 보아도 목회자가 교회 안에서 주인공 노릇을 하고 대접을 받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날 정말 교인들이 교회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교인들을 섬기는 패러다임이 존재해 왔는가요? 저는 두렵습니다. 목회가 목회자를 위한 것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교회 내의 직분자들이 교회 내의 사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조직을 먼저 우선하려 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교회의 한 구성원일 뿐인 목회자나 장로들이 교인들 위에 군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단순한 슬로건에 지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말로는 직분이 모두 섬기기 위한 것이라 하면서도 정작 임직자 선거에 임박해서는 서로 되고 싶어 하고, 되지 못하면 후유증이 발생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의 여러 비전 가운데 가장 우선되는 것은 “사람을 위한 교회”이고, 슬로건은 “사람이 주인공인 교회”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저와 공동체는 내부 운영 기준 가운데 네 번째를, “방향성은 교회 조직이 아닌, 사람을 위한 관점에서 결정한다”라고 정하여 지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그런대로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여진 비전’(vision)은 “보여줄”(visualizing) 수 있을 때에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마음과 삶 속에서 나타나도록 해야 하는 법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아 살핌으로 ‘사람을 위한 교회’를 외칠 뿐 아니라 실제 그런 기준들을 지켜가면서 그 비전을 더욱 우리의 삶 속에서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더욱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기를 용기 내어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