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진작가의 자화상
프랑스의 어느 사진작가는 수많은 풍경, 수많은 타인을 찍다가 문득 자신의 삶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자신을 찍는다는 것은 이미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이기에, 결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할 수는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익명으로 흥신소에 편지를 보내서, 추적할 대상으로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대고 불특정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자신을 찍어달라고 했답니다. 흥신소의 직원은 의뢰인 자신이 추적대상인 줄도 모르고 열심히 그 대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조피칼이라는 이름의 사진작가는 자신을 찍은 사진집을 자화상으로 내놓았습니다. 아마도 모든 사람에게 근원부터 존재하는 어떤 욕구 -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었던 간절한 욕망을 이 여류 사진작가는 현실로 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시간, 나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고 있을까요?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늘 찍었다는 어떤 영화의 플롯에서 보듯이, 매일 같은 시간 나의 모습을 찍는다면, 사진 속의 나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변화를 보여주고 있을까요?
우리는 각자 하나님 앞에서의 자화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의 자화상이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이라면, 신앙인의 자화상은 주님을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라는 점이 다를 것입니다.
주님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을때, 나의 일상생활,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그 일상의 시간들이 모여서 나의 삶의 변화된 모습들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사실 죽어가는 삶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하루의 삶을 주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 시간들을 아름답게 쓰려는 마음에 깨어 있기를 원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그 일상의 시간들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신앙적 삶에 가장 큰 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